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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기법

정리 중


마음을 정리중.

어떤 날은 완전히 정리된 듯 하다 어떤 날은 여전히 미련을 떨다가..

아무튼 정리중...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건 마음 한 켠에 찌꺼기처럼 남은 걱정 때문에.

또 추억이 많아서겠지.


너의 콘써트에서 평생 너의 편이 된다고 했던 슬로건을 찍어둔 사진을 지우면서

가장 많이 울었어.

그 슬로건 문구처럼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약속을 왜 지키지 못할까 나는. 

나는 너를 엄격하게 재단하고 내 맘에 들었을 때만 너의 편이 되겠다며 사탕발림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네가 없다고 해서 아직 어여쁜 전부마저 정리하겠다 한 나는 냉정한 사람일까.

나는 왜 그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미련이 가득해서 너네를 걱정하고, 안위를 빌어줄까.

마음이 남았음에도 너를 감싸안겠다고, 혹은 네가 없어도 괜찮다고 싹둑 잘라내며 남은 전부를 당당하게 응원할 용기가 없는 비겁한 사람일까. 

나는 아직도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머리보다 가슴은 더 터질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어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이젠 그게 나를 위해서인지 너네를 위해서인지 헷갈려.


이젠 눈물도 줄었으니 점점 정리가 되어가겠지.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나마 마지막일지 모를 너의 쏠로콘서트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떨리고 기뻤던 마음 간직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행복했고,

그때만 해도 평생 너의 팬이 될 줄 알았던 마음이 어그러져서 내가 너무 아쉽고,

긴긴 시간동안 너를 응원하며 받았던 위로가 더 커서 너무 고마웠고

뭐 그렇다. 



요사이 논문 작업을 하면서 버릇처럼 음악을 듣다가 깨달은게 난 참 음악취향이 없었더라.

무조건 너네가 부르는 음악, 너네가 쓴 음악, 너네가 추천해 준 음악. 그게 늘 재생목록이었고 나의 취향이었는데.

그게 사라지니

나는 이제 차트의 1위부터 100위까지 듣는 사람이 되어버렸네.

허탈하다가도 하나씩 취향이 아닌 곡을 지워가며 새로운 취향을 찾아가고 있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또 며칠을 울다 전에는 갑자기 이번 일로 인해 내가 박사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할 까봐 너무 걱정되었어. 

석사논문을 쓸 때를 포함해 공부하다 지칠 때면 너네에게 생각보다 지나치게 큰 위로를 받아서였을까. 너네 없이 논문쓰는 나를 상상도 하지 못했어.  나의 목표는 막내 제대까지 박사논문을 마치고 최소 포닥과정 중반쯤에 있는 거였는데, 이제 그런 목표도 사라졌네.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라고 나는 그런 식으로 나의 삶을 너네의 삶과 연관지어 목표치를 설정했을까.

너네를 믿었을까, 나를 믿었을까.



또 나는 정리하는 와중에 또 무슨 미련으로 여기에 글을 쓰고 있을까.

정리해야지. 정리하겠지. 


그냥 문득 공부하다 답답하고 이제 더이상 위로받을 곳도 없고 그래서.  

미련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너네가 행복하고 건강했음 좋겠다. 그뿐이야. 

그래도 언제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너네에게 많은 애정을 줄 수 있어서 난 정말 행복했어.